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 11시가 되자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밤 같은 시간, 같은 소리가 아파트 단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는 아파트 관리실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관리실에서는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없다고만 했다. CCTV를 확인해봐도 그 시간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 단지 내 모든 주민이 잠든 시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그 시간에만 웃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여자의 웃음소리였다가, 점점 남자의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의 웃음소리로 변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더 기괴해졌다.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웃는 것 같았다.
이웃집 김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잠을 못 자서 우울증이 왔다고 했다. 옆 동의 박 씨네는 아이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결국 이사를 갔다. 하나둘씩 이사를 가는 집이 늘어났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다. 하지만 경찰도 별다른 해결책을 주지 못했다. 소음 측정기로 측정을 해봐도 그 시간대에는 아무런 소리도 잡히지 않았다. 오직 우리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옥상 한가운데에는 검은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 물웅덩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관리소장에게 물어보니 그 자리에는 원래 물탱크가 있었다고 했다. 20년 전, 한 가족이 그 물탱크에 빠져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실직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투신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사고 당시 물탱크에서 발견된 시신은 두 구뿐이었다. 아이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밤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꿈에서는 항상 젖은 옷을 입은 아이가 나왔다. 아이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아빠랑 엄마를 찾아요. 우리 함께 놀아요."
결국 나도 이사를 결정했다. 새로 이사 온 입주민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들도 하나둘씩 이사를 갔다. 지금 그 아파트는 거의 텅 비어있다. 밤이 되면 여전히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얼마 전 그 아파트를 지나가다가 옥상을 올려다봤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옥상에는 세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 모두 젖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이후 나는 절대로 그 아파트 근처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꿈에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매번 깨어날 때마다 이상하게도 내 베개가 젖어있다.
며칠 전, 그 아파트가 재건축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그 웃음소리도 사라질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게 될까?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가족은 아직도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