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끊임없는 자책의 굴레
새해가 되면 야심 찬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고, 중요한 업무나 과제를 앞두고 다른 사소한 일에만 매달리다 마감 직전에 허덕인 경험, 혹시 있으십니까?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사람’, ‘게으른 사람’이라 낙인찍으며 자책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주변에서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잖아”, “정신 차리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쉽게 던지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조금만 더’가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만약 이러한 어려움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성실성 문제가 아니라면 어떨까요? 최근 EBS의 명품 다큐멘터리 ‘지식채널e’에서 다룬 ‘게으름이라는 오해’ 편은 바로 이 지점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상은 우리가 ‘게으름’이라 오해했던 수많은 행동이 사실은 ‘고기능 ADHD’라는 신경발달 질환의 특성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조명했습니다.
본론: 영상으로 풀어보는 ‘고기능 ADHD’의 모든 것
1.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들, 그들의 보이지 않는 사투
영상은 평범한 직장인, 성실해 보이는 학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들은 사회생활도 곧잘 하고, 학업 성적도 나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상적인 과업을 ‘시작’하고, ‘유지’하며, ‘마무리’하는 데 상상 이상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몇 시간을 망설이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결국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채 번아웃에 빠지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뇌의 ‘실행 기능’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영상은 설명합니다. 실행 기능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충동을 억제하고, 작업을 끝까지 완수하는 능력을 총괄하는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을 말합니다. 고기능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이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남들이 쉽게 하는 일을 몇 배나 더 힘들게 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2. 괜찮은 척, 애써 감추는 ‘마스킹(Masking)’의 비극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영상은 이를 ‘마스킹(Masking)’이라고 설명합니다. ADHD의 특성인 부주의함이나 충동적인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더 꼼꼼한 척하고,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알람을 수십 개씩 맞추는 등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마스킹은 단기적으로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만성적인 피로와 정서적 소진을 유발합니다. ‘진짜 나’와 ‘보여지는 나’ 사이의 괴리감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왜 나는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할까?”라는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만듭니다. 결국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고립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보며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로 바라보기
‘지식채널e’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고기능 ADHD가 명확한 신경발달학적 원인을 가진 질환이며, 뇌의 특정 영역, 특히 주의력과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노력하면 된다”는 식의 막연한 조언은 당사자에게 더 큰 좌절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대신, 자신의 상태를 ‘고기능 ADHD’라는 개념을 통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전략과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을 작은 단위로 쪼개거나, 마감 시간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고,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비난을 멈추고, 문제를 해결 가능한 과제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4. 학생들의 숨겨진 어려움: 학습 현장의 ADHD (2부 예고)
이번 영상은 2부작 시리즈의 1부로, 다음 편에서는 특히 학습 현장에서 고기능 ADHD를 가진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룰 것을 예고했습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유독 과제 제출을 잊거나, 시험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지 못해 벼락치기를 반복하는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육 현장과 가정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론: 나를 이해하는 첫걸음, 오해의 낙인을 지우다
EBS ‘지식채널e’의 ‘게으름이라는 오해’ 편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와 통찰을 주었습니다. 만성적인 피로와 무기력,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그 원인을 몰라 고통받았던 이들에게 “당신의 탓이 아닐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셨거나,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르셨습니까? 여러분이 겪었던 어려움이나 생각의 변화에 대한 경험을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다른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