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텅 빈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
늦은 퇴근 후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지는 않으신가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문득 서글픔을 느끼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202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은 점점 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거대한 구조적 문제의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2024년 11월 21일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K –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 2부>는 바로 이 가슴 아픈 현실을 정면으로 조명하며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본론 1: 하루 50분의 대화, 이것이 현실입니까?
다큐멘터리는 맞벌이 부부와 5살 딸 루리네의 평범한 일상을 비춥니다. 바쁜 부모님이 루리와 눈을 맞추고 온전히 교감하는 시간은 하루를 통틀어 고작 50분 남짓입니다. 이 장면은 많은 부모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죄책감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립 초등학교 교사 부부조차 6살, 4살 남매를 야간 연장 보육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초등학생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다시 돌봄 교실로 쉴 틈 없이 내몰리는 아이들의 빽빽한 시간표는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5살 아이가 제작진에게 건넨 한마디는 우리의 심장을 관통합니다. “엄마, 아빠랑 같이 걸을 때 가장 행복하다.” 이 순수한 고백은 값비싼 장난감이나 화려한 경험이 아닌, 부모와의 사소한 일상이 아이에게는 세상 가장 큰 행복임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의 이 작은 소망을 지켜주고 있는 것일까요?
본론 2: ‘돌봄의 외주화’가 낳은 비극적 결과
언제부터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일을 당연하게 사회의 다른 시스템에 맡기게 되었을까요? 다큐멘터리는 그 역사적 배경을 짚어줍니다. 1980년대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이 지배적이던 시대를 지나, 1990년대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고, 정부는 보육 시설의 양적 확충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물론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의도치 않았던 ‘돌봄의 외주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의 역할을 어린이집, 학원, 돌봄 교실이 대신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정서적 유대와 안정감을 형성할 가장 중요한 기회를 박탈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한 통계로 증명되었습니다. 2021년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2010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되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가장 불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론 3: 가족보다 ‘돈’이 중요해진 아이들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아이들의 가치관 변화입니다. 같은 연구에서,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시점부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가족’이 아닌 ‘물질적 가치(돈)’를 꼽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17개국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조사 대상 17개국 중 15개국 국민들은 ‘가족’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선택했지만,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았습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이들마저 가족의 따뜻함보다 물질적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초저출생 문제와 직결됩니다. 가족의 의미와 가치가 퇴색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이 행복한 경험이 아닌 엄청난 비용과 희생이 따르는 ‘과업’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출생률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부모와의 시간과 교감이라는 본질을 우리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외면해 온 것은 아닐까요?
결론: 우리는 무엇을 되돌려주어야 하는가
EBS 다큐멘터리는 초저출생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경제적 부담이나 주택 문제에서 찾지 않습니다. 대신, 부모의 부재 속에서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가족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물질만능주의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현실을 통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게 만듭니다. ‘돌봄의 외주화’를 넘어,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보장하고 가족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적 성찰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오늘 자녀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셨습니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돌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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