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우리 아이들의 뇌와 마음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 종이책 읽기
디지털 기술이 삶의 모든 영역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발달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콘텐츠의 과도한 노출은 아동의 뇌 발달, 정서 조절 능력, 사회성, 그리고 문해력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원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는 20년 동안의 진료 경험을 통해 디지털 기기를 아주 일찍부터 사용하고 하루에 3~4시간 이상씩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2010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아이들의 불안, 우울, 자살, 자해 시도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교수의 '불안 세대'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디지털 기기 노출을 제한하고 종이책 읽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강조됩니다. 종이책 읽기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 발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내면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합니다.
1. 디지털 기기 과사용이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콘텐츠는 아이들의 뇌와 마음에 다음과 같은 광범위하고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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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능력 및 문해력 저하:
- 뇌의 '스캔 모드' 습관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읽기는 주로 '스캔 모드'로 이루어져, 화면의 글을 빠르게 훑어보고 핵심만 뽑아내는 방식이 습관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시각 피질과 감각운동 영역 위주로만 활성화되고, 감정이나 공감 능력, 판단,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고차원적인 회로들은 상대적으로 덜 작동하게 됩니다.
- OECD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이러한 변화는 실제 학업 성취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2009년 5.8%에서 2022년에는 15%로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 문해력 격차가 뚜렷해졌다는 분석과 일치합니다.
- 문해력의 본질적 의미 상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을 넘어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하며 자기 생각으로 연결하는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이러한 감정적 자원들을 단련할 기회를 줄여 단순히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것을 넘어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 자체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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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능력 및 충동성 문제:
- 전두엽 발달 저해: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콘텐츠는 즉각적이고 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아동의 전두엽 발달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전두엽은 충동 억제, 계획 수립, 감정 조절, 사회적 판단, 인내심과 같은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뇌의 부위입니다. 이러한 기능이 약화되면 아이들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을 기본값으로 삼게 됩니다.
- 충동성 증가의 심각성: 이는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을 폭발하거나, 심지어 부모가 제지할 때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원철 원장은 이러한 충동성이 사춘기를 넘어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 '지루함' 경험의 부재: 스마트폰 세대는 '지루함'을 거의 경험하지 못합니다. 지루해지기 전에 이미 다음 자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루함 속에서 상상력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이 자라나는데, 이러한 기회가 줄어들면서 감정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가 아이들의 기본값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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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및 관계 맺기 능력 저하:
- 상호작용의 결핍: 아이들은 또래 친구, 부모,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 감정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상대의 감정이 나에게 어떻게 돌아오는구나"를 경험하면서 정서 지능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수록 이러한 실시간 감정 주고받기의 경험이 줄어들고, 감정을 함께 조율하고 회복하는 감각을 익히지 못하게 됩니다.
- 공감 능력 저하 및 회피: 그 결과,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혼자 끌어안거나 아예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공감 능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신원철 원장은 디지털 세대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 관계 맺는 방식, 자기를 이해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달라졌다고 분석합니다.
2. 종이책 읽기가 아동의 정서 및 인지 발달에 기여하는 방식
디지털 기기 과사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대안이자 아동 발달의 핵심적인 도구는 바로 종이책 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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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능력 및 문해력 향상:
- 뇌의 광범위한 활성화: 종이책으로 글을 읽을 때는 언어 중추(브로카 영역, 베르니케 영역), 시각화 영역(후두엽), 감정 및 공감 영역(변연계), 그리고 계획, 집중,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까지 넓고 복합적인 뇌 네트워크가 함께 활성화됩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보는 것을 넘어 감정, 상상력, 판단력, 통찰력 등이 모두 동원되어 내용을 내면화하는 고차원적인 모드를 가능하게 합니다.
- 집중력 및 기억력 강화: 뇌파 분석 연구에서도 종이책을 읽을 때는 인지 통제나 집중력과 관련된 베타파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뇌의 집중 회로나 기억 회로를 훨씬 더 강하게 활성화시켜 전반적인 인지 능력 향상에 기여합니다. 반면 디지털 기기로 읽을 때는 주의 집중이나 사고 조절을 반영하는 뇌파는 적게 나타나고 감각 반응 위주의 세타파만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고차원적 사고 능력 증진: 종이책 읽기는 감정적 자원들을 동원하여 내용을 내면화하게 함으로써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하며 자기 생각으로 연결하는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중요합니다.
- 긴 글 읽기 경험 제공: 스마트폰 사용으로 감정적 자원들을 단련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긴 글을 끝까지 읽고 자신의 감정으로 반응해보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많이 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읽기-말하기-쓰기' 순환: 종이책 읽기를 시작으로, 책을 함께 읽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말로 표현하고 글로 써보는 활동까지 이어지는 '읽기-말하기-쓰기'의 순환이 이루어질 때 문해력이 지식 습득을 넘어 자신의 언어로 소화되는 능력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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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능력 및 사회성 증진:
- 감정 발달의 도구: 종이책은 감정 발달의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면서 거울 뉴런 시스템을 통해 마치 자신이 그 행동과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감정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럴 땐 이렇게 반응할 수 있구나",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어"와 같은 정서적인 환기와 자기 이해가 일어나며, 공감 능력과 감정 지능이 함께 자랍니다.
- 몰입감 형성: 종이책은 페이지를 넘기는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어 잠시 멈춰 감정에 머물러 볼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이는 감정적으로 몰입감을 형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지루함 경험의 중요성: 스마트폰 세대는 '지루함'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지만, 사실 지루함 속에서 상상력도 자라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도 자라납니다. 종이책은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여 아이의 정서적 성장을 돕습니다.
- 사회적 판단력 및 자기 이해 능력 향상: 이야기 구조의 책은 아이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선택과 결과를 상상하며 복잡한 감정을 해석하게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판단력과 자기 이해 능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3. 아동의 종이책 독서 습관 형성 및 디지털 기기 사용 조절을 위한 부모의 역할
아동의 건강한 정서 및 인지 발달을 위해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단순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라는 지시를 넘어선 적극적인 참여와 환경 조성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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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모범: 부모가 스마트폰을 보육 도우미처럼 사용하는 것은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 스스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조절하여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므로, 부모의 습관이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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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 읽는 시간 갖기: 하루 10분이라도 부모가 아이 옆에 앉아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는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아이에게 책 읽는 시간을 즐겁고 친근한 습관으로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들이 쌓이면 아이에게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친근한 습관으로 각인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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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공유 대화: 책을 읽으며 "이 친구는 좀 무서웠겠다, 너는 어땠을까?"와 같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나누는 대화가 이어진다면, 그 시간 자체가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자기 이해의 기반이 됩니다. 책 속 등장인물의 감정을 통해 아이의 경험과 연결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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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감정에 맞는 책 선택: 불안을 느끼는 아이에게는 불안을 다룬 이야기, 친구 관계에 고민이 많은 아이에게는 우정이나 다툼을 다룬 이야기처럼 아이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책을 함께 선택하는 것이 몰입도와 공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책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흐름이 담긴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이야기 책이 아이의 뇌 발달과 정서 발달에 훨씬 깊은 자극을 줍니다. 책 속 주인공이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시각이나 해석을 얻는 경험은 아이에게 매우 깊은 정서적 자극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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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없는 환경 조성: 식사 시간, 잠자리 시간, 책 읽는 시간 등 특정 시간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공간을 구성하고, 종이책이 항상 가까이에 놓여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종이책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며, 아이들의 선택을 바꾸는 생활 속 환경 조정의 예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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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상호작용 우선' 메시지: "이 시기의 뇌는 기계보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먼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사회 전체에 전달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 또는 권고 수준의 정책 마련이 제안될 만큼, 부모는 아이가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 지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는 부모를 처벌하자는 목적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영유아기부터의 디지털 노출 제한이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하며, 현재 초등학교 입학 이전, 심지어 3세 이하 유아들조차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결론: 감정의 문을 열어주는 종이책의 가치
신원철 원장은 디지털 기기 과사용이 현대 아동들의 감정, 사회성, 인지 발달에 광범위하고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종이책 읽기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종이책은 뇌의 복합적인 활성화를 유도하여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고, 이야기 속 주인공과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공감 능력과 감정 지능을 향상시키며, 자기 이해와 사회적 판단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영유아기부터의 디지털 노출을 제한하고,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통해 감정을 나누고 소통해야 합니다. 식사 시간, 잠자리 시간 등 특정 시간에는 디지털 기기 없이 종이책이 가까이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어른들이 종이책이 그저 텍스트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을 열어주는 감정의 문이 될 수 있도록 그 문을 먼저 열어 주는 일에 동참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학업 성취도를 넘어, 감정을 다루고 관계를 맺고 자기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시대의 파도 속에서도 건강한 뇌와 마음을 지키고, 풍요로운 감정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종이책 읽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재발견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