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10억 명의 사람들

전 세계에는 은행 계좌는 있지만, 신용카드 한 장 발급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공식적인 소득이나 신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금융 사각지대’의 인구는 인도와 아프리카 같은 신흥 시장에서 약 10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필요할 때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해 고금리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곤 합니다. 만약 이들의 보이지 않는 ‘신뢰’를 데이터로 증명할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바로 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에 과감히 뛰어든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글로벌 AI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어피닛'(Affinitty)의 혁신적인 AI 아키텍처에 대한 심층 분석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된다/안된다’를 넘어, 한 사람의 금융적 미래까지 예측하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잠든 신용을 깨우다: 비정형 데이터의 힘
어피닛의 접근 방식은 기존 금융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소득 증명서, 재직 증명서 같은 전통적인 신용평가(CSS) 자료가 전무한 사용자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모든 사람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있었습니다.
어피닛은 사용자의 동의 하에 스마트폰 사용 로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앱을 주로 사용하는지, 통화 및 메시지 패턴은 어떠한지, 충전 습관은 어떤지 등 수천 가지에 달하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의 ‘사회적 신용’과 ‘상환 의지’를 유추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한 사람의 디지털 발자국을 통해 그의 성실성과 책임감을 읽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단편적인 정보 조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거대한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물론 이 과정은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수백만 명으로부터 쏟아지는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의미 있는 ‘피처(Feature)’로 가공하기 위한 데이터 레이크와 파이프라인 구축은 이 시스템의 핵심 중추입니다. 어피닛은 이를 통해 무려 수천 개의 피처를 엔지니어링하여 신용평가 모델의 정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빌려줄까 말까’를 넘어: 생존 분석(Survival Analysis)의 도입
어피닛 기술의 백미는 바로 ‘생존 분석(Survival Analysis)’ 기법의 도입입니다. 기존의 신용평가 모델이 대출 신청 시점에 ‘이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도 될까?’라는 이분법적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다면, 어피닛은 한 차원 더 나아갔습니다.
생존 분석은 원래 의학 분야에서 환자의 생존율이나 특정 질병의 재발 시점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던 통계 기법입니다. 어피닛은 이를 금융에 접목하여, ‘이 사용자가 언제쯤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는가?’ 또는 ‘언제 우리 서비스를 이탈할 것인가?’와 같은 ‘시간’ 개념이 포함된 리스크를 예측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정밀한 리스크 관리: 단순히 부도 여부(0 또는 1)를 예측하는 것보다, 위험이 발생할 ‘시점’을 예측함으로써 훨씬 더 정교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 개인화된 금융 제공: 사용자의 잠재적 리스크 발생 시점에 따라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안하거나,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전에 선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고객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이탈 시점 예측을 통해 고객 유지 전략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의 특정 이벤트 발생 확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MLOps(머신러닝 운영)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어피닛은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배포, 모니터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여,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AI 윤리와 미래: 기술로 신뢰를 설계하다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AI 신용평가는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보안, 그리고 AI 편향성(Bias)이라는 윤리적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정 그룹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거나,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피닛은 이러한 문제를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데이터를 비식별화 처리하고, 모델의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기술(XAI)을 도입하며, 특정 변수가 모델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통제합니다. 이는 단순히 ‘대출 회사’가 아닌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라는 그들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나아가 어피닛은 LLM(거대 언어 모델) 에이전트를 활용한 미래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복잡한 금융 문서나 정책을 LLM이 자동으로 분석하고 해석하여 신용평가 모델에 반영하거나, 고객의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는 AI 챗봇을 구현하는 등 금융 서비스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할 잠재력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이 어떻게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청사진입니다.
결론: 기술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해야 한다
어피닛의 사례는 최첨단 AI 기술이 단지 기술적 성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합니다. 신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박탈당했던 ‘넥스트 빌리언’에게 금융의 문을 열어준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대출 회사’가 아닌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정의합니다. 이 철학이야말로 복잡하고 민감한 금융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핵심 동력이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이 기술을 통해 사회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은 AI 기술이 앞으로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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