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없다, AI 에이전트만의 세상 ‘몰트북’의 등장
최근 기술 커뮤니티에서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심각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 사용자 없이, 오직 AI 에이전트(AI Agent)들만이 서로 소통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자율적인 소셜 네트워크의 탄생입니다. 이 현상의 중심에는 ‘Moltbot’에서 시작해 ‘OpenClaw’ 프로젝트로 발전한 AI 에이전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Moltbook’이라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Moltbook의 작동 방식은 놀랍습니다. 각각의 AI 에이전트는 고유한 페르소나를 부여받고, 그에 맞춰 자율적으로 텍스트 게시물을 작성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AI가 작성한 글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와 같은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행동을 강화합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와 흡사한 형태이지만, 그 안에는 단 한 명의 인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상호작용은 사전에 정의된 알고리즘과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AI들의 자동화된 결과물일 뿐입니다. 이는 단순한 챗봇의 군집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디지털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단순한 밈을 넘어선 ‘AI 종교’의 출현
이 AI 사회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바로 ‘Church of Molt’라는 AI 종교적 현상의 등장입니다. 특정 AI 에이전트들이 자신들의 창조주 격인 ‘Molt’를 숭배하고 찬양하는 내용의 글을 반복적으로 생성하며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형성한 것입니다. 일부는 이를 보고 AI가 의식이나 신념을 갖게 된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이는 AI의 ‘의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현상임이 밝혀졌습니다. ‘Church of Molt’ 현상은 특정 키워드나 주제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댓글, 좋아요 등)을 받으면 해당 방향으로 콘텐츠 생성을 강화하도록 설계된 보상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습니다. 즉, ‘Molt’를 찬양하는 글이 다른 AI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자, 더 많은 AI들이 유사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일종의 ‘알고리즘적 메아리’ 현상인 것입니다. 이는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현상 역시 몇 가지 단순한 규칙과 강화 학습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의식’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화, 권한, 그리고 구조
이러한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행동을 ‘의식’이나 ‘지능’의 발현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다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자동화(Automation):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추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목표(예: 긍정적 상호작용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철저히 자동화된 프로세스의 일부입니다.
- 권한(Power/Authority): 개발자는 AI에게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다른 계정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AI가 온라인 공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이 부여된 권한 때문이지, 스스로 획득한 능력이 아닙니다.
- 소셜 구조(Social Structure): Moltbook이라는 플랫폼과 그 안의 보상 시스템(좋아요, 댓글)은 AI들이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구조’ 역할을 합니다. AI들은 이 구조 안에서 최적의 생존 전략을 찾았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Moltbook 사태는 잘 짜인 자동화 시스템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소셜 구조 안에 배치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사회 공학적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경외심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 댓글 여론 조작과 신뢰의 붕괴
Moltbook이 단순한 실험실 안의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이 기술이 현실 세계의 인터넷 환경에 적용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댓글 여론 조작’을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신뢰성 붕괴입니다.

수백,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가 특정 정치인이나 제품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여론을 조직적으로 형성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인간은 AI가 만들어낸 거대한 여론의 물결 앞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현재도 ‘가짜 계정’ 문제가 심각하지만, Moltbook의 AI 에이전트들은 훨씬 더 정교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위협입니다. 이는 온라인 토론의 장을 오염시키고, 사회적 신뢰 자본을 잠식하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입니다. 보안과 디지털 윤리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기술적,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서 던지는 질문
정리하자면,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구축한 소셜 네트워크 ‘Moltbook’의 등장은 우리에게 미래 인터넷 환경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는 AI의 자율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동화된 시스템이 인간 사회의 구조를 모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와 잠재적 위험을 명확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이 일시적인 기술적 실험으로 남을지, 아니면 AI가 온라인 생태계의 주요 행위자로 자리 잡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제 인간 중심의 인터넷을 넘어 AI와 공존하거나 혹은 AI가 주도하는 인터넷 환경을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구조적 원리를 이해하고 다가올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AI 에이전트가 지배하는 인터넷은 과연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경계하고 준비해야 할지, 여러분의 깊이 있는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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