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우리의 세금, 안녕하신가요?
매년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내가 낸 세금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국가의 도로를 만들고, 복지 정책을 실행하며, 국방을 지키는 등 국가 운영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2024년 한 해 나라 살림을 위해 책정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무려 728조 원의 향방이 단 한 장의 공식 기록도 없이 결정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이는 지난 2023년 말 국회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SBS 탐사기획팀이 두 달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낸 대한민국 국회 예산 심사의 충격적인 민낯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본론 1: 1만 7천 장의 회의록이 말해주는 진실
문제의 시작은 2023년 말에 진행된 2024년도 국가 예산안 심사 과정이었습니다. 당시 국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 원의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SBS 탐사기획팀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국회 회의록 347개, 총 1만 7,111장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전수 분석하는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의문을 넘어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회의록 곳곳에서 드러난 것은 예산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회의장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본론 2: 예산 심사인가, 정쟁의 장인가? – 길 잃은 예결특위
국가 예산 심사의 첫 관문은 바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입니다. 이곳에서는 각 부처 장관들을 출석시켜 예산안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2024년 예산안을 다루는 예결특위 회의장은 예산 심의의 본질을 상실한 채, 당시 정국을 뜨겁게 달구던 정치 현안의 연장선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의록 분석 결과, 의원들의 질의는 예산과는 무관한 ‘대장동 사건’, ‘검찰 수사’, ‘항소 포기 논란’ 등 정치적 공방에 집중되었습니다. 키워드 분석 결과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검찰’, ‘수사’, ‘항소’와 같은 정치 관련 단어의 언급 횟수가 정작 논의되어야 할 ‘SOC’, ‘R&D’, ‘보조금’ 등 핵심 예산 관련 용어를 압도했던 것입니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논해야 할 자리에서 여야가 서로를 향한 정치적 공격에만 몰두하는 동안, 728조 원의 예산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본론 3: ‘보류’만 외치다 끝난 소위원회 – 10년 내 최악의 졸속 심사
예결특위 전체 회의를 거친 예산안은 실질적인 삭감과 증액이 이루어지는 ‘예산조정소위원회’로 넘어갑니다. 이곳은 예산 심사의 ‘꽃’이라 불릴 만큼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과정 역시 졸속으로 처리되었습니다. 2024년 예산안을 다룬 예산조정소위원회의 실질 회의 시간은 고작 22.8시간으로,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짧은 기록이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회의 내내 ‘보류’라는 단어가 시간당 평균 23.5차례나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위원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어려운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수많은 사업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보류’ 딱지가 붙은 채 표류했습니다.

본론 4: 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결정, 유령 회의 ‘소소위’
결국 공식적인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예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소소위’라는 이름의 비공식 협의체로 넘어갔습니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도, 공식적인 회의록도 없는,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 간사 등 극소수의 인원만 참여하는 ‘밀실 회의’입니다. 충격적이게도, 대한민국의 1년 살림 728조 원의 최종 향방이 바로 이 기록 한 장 남지 않는 ‘깜깜이’ 회의에서 결정되었습니다.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어떤 근거로 특정 예산이 삭감되고 증액되었는지 국민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국회의원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예산이 이처럼 밀실에서, 어떠한 투명한 근거도 없이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격화된 정치 갈등이 국가 재정 운영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비극입니다.
결론: 주인 없는 돈은 없습니다
SBS 탐사기획팀의 분석은 우리에게 명확한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2024년 728조 원 국가 예산은 극한의 정쟁 속에서 졸속과 부실로 얼룩진 심사 과정을 거쳤고, 최종적으로는 누구도 감시할 수 없는 밀실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국민의 피와 땀이 서린 ‘혈세’는 결코 주인 없는 돈이 아닙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여 이 돈이 단 1원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심의해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말의 국회는 그 의무를 방기했습니다. 우리의 세금이 이렇게 쓰여도 괜찮은 걸까요? 국회의 예산 심사, 이대로 두어도 되는 것인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댓글로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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