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우리의 식탁 물가, 정말 시장 논리였을까?
안녕하세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오르는 외식 물가와 장바구니 부담에 한숨 쉬어보지 않은 분은 없을 것입니다. 라면 한 그릇, 빵 한 조각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우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복잡한 유통 구조를 탓하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가격 인상의 배경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대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2026년 2월, 바로 우리의 식생활과 직결된 밀가루 시장에서 수년간 지속된 거대한 담합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7개 제분사가 무려 6년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6년간 이어진 거대 제분사들의 은밀한 약속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담합 혐의의 핵심은 국내 B2B(기업 간 거래) 밀가루 시장의 절대 강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가격을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혐의를 받는 기업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까지 총 7개사입니다. 이들 기업은 2024년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8%를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이들의 결정이 시장 가격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정위 심사관이 지적한 담합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무려 6년에 달합니다. 이 기간 동안 이들 7개사는 수차례에 걸쳐 밀가루 판매 가격과 출고량 등을 합의하여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5조 8,000여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산됩니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의 거래 금액을 넘어, 최종적으로는 빵, 과자, 면 등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수많은 제품의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우리의 식탁 물가 상승의 배후에 이들의 담합 행위가 있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이번 담합이 B2B 시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거대 제분사들이 정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격 수용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들이 담합으로 인해 부풀려진 가격에 밀가루를 구매하게 되면,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 내몰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의 부당한 이익 추구 행위가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공정위의 칼날, 20년 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르다
공정위는 2025년 10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약 4개월 반 만인 2026년 02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신속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제분업체들의 담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확히 20년 전인 2006년 4월에도 이들 업체는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더욱 교묘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담합을 반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의 행위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며, 시장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시정 명령을 넘어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5조 8,00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론적으로 최대 1조 원이 넘는 과징금도 가능합니다.
사상 초유의 ‘가격 재결정 명령’은 나올 것인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공정위 심사관이 요청한 ‘가격 재결정 명령’입니다. 이는 단순히 담합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을 넘어, 담합으로 인해 부당하게 형성된 가격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다시 정하도록 강제하는 매우 강력한 조치입니다. 만약 이 명령이 내려진다면, 이는 담합으로 부풀려진 밀가루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담합 사건 처리에서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조치로, 공정위가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실질적인 소비자 후생 증진을 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가피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다고 항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담합의 구체적인 증거와 기업들의 주장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수년간 지속된 조직적 행위의 정황이 뚜렷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결론: 우리의 식탁은 공정했는가, 이제는 답해야 할 때
이번 제분 7개사의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은 단순히 몇몇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 정의와 시장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당하게 책정된 가격을 지불해왔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습니다. 과연 공정위는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여 20년간 반복된 담합의 고리를 끊어내고, ‘가격 재결정 명령’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시장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 공정위의 심판이 제분 시장의 오랜 관행을 끊고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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